JPT 900점 넘은 거 자랑하고 싶어서 쓰는 글

내 기존 JLPT 점수는

도라에몽 코난 짱구 극장판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개봉 안 된 걸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자막이 이상하게 돼있는 게 몇 개 있어서 직접 들으려고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 가장 최근에 본 JLPT N1이 올해 7월 그러니까 2024년 1회차 시험을 봤었는데, 그때 결과가 166/180이었다. 일본어를 상당 부분 애니로 배운 것 같은데 청해가 눈에 띄게 가장 낮은 걸 보니 나는 사실상 일본어 정규 교육 과정을 받은 킹반인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JLPT의 개인적인 체감 난이도는 점수랑 동일하게 독해 < 언어지식 < 청해였다. 왜냐하면 독해는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고 잠깐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주변 문맥을 이용해서 유추하거나 다시 읽으면 그만인데 언어지식은 그냥 단어를 모르면 거기서 끝이고 청해는 집중을 한 순간만 놓아버리면 그 문제는 거기서 그냥 나가리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JPT

나는 이번이 JPT 첫 응시고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샘플 문제 말고는 안 풀어봤다. 그도 그럴 게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시험 3일 전 새벽 5시에 디스코드 하다가 JPT를 보자고 꼬드겨서 특별접수로 들어갔기 때문에...도 있고 어차피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는 거 평소 내 일본어 실력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문제 유형도 사실상 시험장 들어가서 처음 봤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확실한 건 ​청해 마지막쯤에 지문 한 개에 문제 여러 개 푸는 유형은 처음에 예제를 들으면서 이 내용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좀 고민했다. 그런고로 JPT 관련된 수험서는 시나공 15000 단어장을 제외하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시험 보기 직전에는 명탐정 코난 원서로 예열을 했다.

방학이라 생활 패턴이 망가져 있어서 전날에 1시간 30분밖에 못 자고 보러 갔다. 좀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시험을 보러 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 같았다. 어차피 큰 영향은 없겠다 싶어서 별 생각 없이 시험장으로 갔다. JLPT는 점심 먹고 봤는데 JPT는 시험 보고 점심을 먹으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5일 뒤 대망의 JPT 점수는 아래 보이는 것처럼 915점!이다. 성적은 빠르게 나와서 좋았다. 이번에도 JLPT 때와 마찬가지로 독해가 청해보다 점수가 높다. 이 정도면 내가 씹덕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증거로 쓸 수 있겠다.

좀 아쉬운 건 LC가 상위 11%가 좀 넘어가서 고등학교 때의 9등급제로 따지면 3등급이라는 것이다. 비전공자인 입장에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한 성적이기는 한데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아서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확실히 JLPT보다는 부족한 게 맞는 것 같다. JLPT 독해는 30-40분 정도 남아서 1.5바퀴 정도 검토할 시간이 있었는데 JPT는 문제를 끝까지 다 풀고 나니 10분 정도 남았다. 마킹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검토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문제가 자그마치 100개라서 마킹에도 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시간이 빡빡해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답을 바꿀까 말까를 고민하는 걱정근심 가득한 시간을 줄여줬으니까 ㅎ

JPT라는 시험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 돼있던 내가 그냥 정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서 이 정도였으니 JLPT 볼 때 독해에서 나랑 비슷하게 시간이 남았던 사람들은 적어도 시간에서만큼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보인다. JPT 독해 마지막에 있는 장문이라고 하는 것들도 JLPT로 치면 단문인 문제들밖에 없고 N1처럼 추상적인 지문들도 전혀 없이 다들 답의 근거가 지문에 직접적으로 나와있어서 해석만 빠르게 되면 척수 반사로 답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어에 밑줄 쳐져있고 읽는 법을 고르시오 같은 문제들은 그냥 그 단어만 읽고 답을 찍은 경우도 많기는 한데 맨 끝쪽 장문은 근거에 줄까지 쳐가면서 풀었다.

제일 억울한 건 시나공 15000... 이 단어장은 파트1 단어 모르면 JPT 600점도 어렵다고 했으면서 어림도 없게 이 단어장에서 나온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은 체감상 나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일본어를 시험 보려고 배우는 건 아니라서 공부하기는 할 건데 시나공은 시험에 (안)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의 약자임이 틀림없다.

내가 일본어 자격증을 따서 도움을 될 만한 곳은 적어도 근시일 내에는 없겠지만 웬만한 ​일본어 관련 ​학과의 졸업 요건을 채웠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일본 개발자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좋아보인​다 싶으면 넘어갈 기회는 잡을 수 있게 된 거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공부 방법...? 같은 건 따로 없고

사실 아무리 가늘게 배웠어도 10년 동안 했으면 못하는 게 이상하기는 하다. 돌이켜보면 10년 전에 처음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자격증을 따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일본어를 진짜로 잘하고 싶어서 공부했었다. JLPT N4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도 책 맨 뒤에 있는 단어장을 한자까지 직접 써가면서 공부했었다. 그 결과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어휘의 70~80% 정도 한자는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는 것 같다. 무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도 한자로 쓸 수 있다. 어쩌다 유튜브 댓글에서 有難う라고 써있는 걸 봤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 했더니 아리가또였던 걸 보고 충격 받았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사실 근데 뭐 쓰기까지 연습한 건 원래부터 어느 정도 한자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어렸을 때 한자 검정은 안 봤지만 한자 사전을 찾아보는 건 좋아했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닥치는 대로 배우고 단어장 외우고 애니는 자막을 일본어로 바꾸고 일본 만화는 싹 다 원어로 보는 걸로 바꾸고 있다. JPT 수험서가 한 권도 없지만 900점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냥 닥치는 대로 배워서인 것 같다ㅎ

아무튼 이 글을 봤다면 칭찬 한 번만 해줘 치야호야 사레타이~😆